위스키 수첩
요즘 술에 관련하여 술을 애호하는 사람들과 일반인들을 겨냥하여 각종 서적들이 나오고 있다.그중에 ’위스키 수첩’은 내 눈을 사로 잡았는데 그간 몰랐던 위스키의 역사,종류,제조법,음미하는 법등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올컬러로 읽는 독자들의 시선과 구매욕을 끌어 당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소에 위스키하면 회식자리에서 독한 알코올이라 미즈와리해서 마신다거나,명절날 친척들이 모이게 되면 으례 독한 조니워커나 시바스등을 스트레이트로 목을 얼얼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위스키 종류만해도 125가지에 증류법에 따라 순수혈통,혼합혈통등으로 구분되는 것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또한 위스키의 종류도 각국별로 독보적인 제조법에 맛과 향기의 각축전도 볼만한 거리였다.
전해오는 바에 의하면 BC3500년 중국에서 증류 기술로 향수를 제조하면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AD432년 세인트페트릭이 아일랜드에 증류기술을 전파했다는 설,동방의 증류 기술이 십자군전쟁을 통해 아일랜드,스코틀랜드를 거쳐 정착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정설은 아닌거 같다.참고로 위스키의 최초의 명칭은 우스게 바하 (Uisge Beatha)이다. 위스키가 세상에 버젓이 탄생될 때까지는 천혜의 자연과 기후,물,곡물(보리,효모,호밀)등이 장인의 세심한 손길에 의해 증류하고 오크통에서 몇 십년간을 숙성시켜 색깔과 풍미를 결정하게 되며 구체적인 제조 과정에는 몰팅,매싱,발효,증류,숙성,병 주입이 있다.이게 전부는 아닌 거같다.
’사람의 손길’ 즉 마스터블랜더에 의해 위스키를 블렌딩하여 맛과 향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공정이
남아있는 것이다. 위스키병 표면에 적혀 있는 위스키명부터 위스키의 맛까지 읽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으며,스카치 위스키,아이리시 위스키,아메리칸 위스키,캐나디언 위스키,재패니즈 위스키등 세계 5대 위스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고 있다.부록으로는 위스키 테이스팅과 위스키를 즐기는 7가지 방법도 실어 놓아서 맛과 향,취미로 양주수집,관심있는 분들은 이 책 한 권으로 위스키의 이모 저모를 충분히 알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특한 위스키를 선택하여 삶과 낭만의 멋을 구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공차는 아이들
나는 공차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초등학교 시절 반대항 공차기를 하면서 엉성한 발놀림과 엇박자나는 공의 연결등으로 창피도 많이 당했고 하기 싫은 운동으로 전락해 버렸다.하지만 축구가 싫지만은 않다.김훈작가의 ’공차기 예찬’을 읽어 가노라면 불현듯 운동 부족으로 굳어 있던 두 다리의 발뒷굼치를 뒤돌려차기 하듯 쭉쭉 뻗어 보게 됨은 본능적으로 운동 신경이 죽지는 않았구나,태권도 할때 앞차기,옆차기,뒤돌려차기등을 생각하게 된다.
축구가 놀이로써 가능한 것은 공이 둥글기 때문이고,둥근 것은 거기에 가해지는 힘을 정직하게 수용하고 땅에 부딪치고 비벼지는 저항을 순결하게 드러내서 빼앗기고 뺏는 동작들 사이의 적대관계를 해소시킨다.-서문 중에서-멋진 화보로 엮어진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고 있노라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꼬마들부터 청.장년의 조기 축구,족구등이 내가 살아 오면서 톡톡 드리블하기도 하고,점심 먹고 PX데리고 가기등으로 지겹게도 해댔던 족구등,팀 대항전에서는 의식을 갖춰 국기에 대한 경례부터 경기가 시작되고 종결되기 까지의 건강하고 생기발랄하면서 온몸에서 불덩이같은 열기로 가득차게 하는 축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정설은 아니지만 공차기의 유래는 고대 보병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저자는 2006년 6월 월드컵 경기로 온 세계가 함성을 지르던 즈음.그리스의 크레타섬을 여행 중에 고대 서양문명의 자취의 숨결을 느끼면서 바람과 시간,아테네로 가는 보딩 게이트 앞에서 TV에서 중계되는 축구 관객들의 응집된 시선들을 보면서 공차기의 집필을 생각하게 된 거같다.뿌연 먼지 일어나는 누런 운동장 속에서 식식거리며 소리로 신호를 보내면서 했던 반대항전 공놀이,군대에서 카키색 런닝에 두툼한 국방색 바지를 입고 담배내기등을 걸고 하던 족구놀이,일요일 새벽마다 조기 축구의 공놀이등이 내 기억 속의 주요 공놀이인거 같다.천진난만하게 노오란 공을 꼭 잡고 있는 소녀의 맑은 눈동자,박모의 바람을 타고 하늘 위로 포물선을 그리며 적진으로 달려 가는 힘찬 공의 모습,아이들이 박터져라 싸우고 돌아간 운동장 모래밭 위의 공룡 화석의 흔적을 남기고 간 운동화의 발자국들,저 너머 세월 속의 희미한 기억속으로 남겨진 벽촌 분교의 녹슨 골문,초로의 건강한 공놀이 동호인들이 한 판 승부를 겨루고 난 뒤 수돗가에서 등목을 하면서 몸단장을 하는 혈기왕성한 모습등이 공놀이의 묘미이고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다.
막걸리 넌 누구냐
웰빙시대를 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술에 대한 취향도 부드러우면서도 색깔과 맛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요즘,한국 전통 술,막걸리에 대한 예찬론이 나의 눈길을 끈다.
우선 개인적으로 막걸리와의 기억과 인연은 아득하기도 하고 엊그제 같기도 하다.할아버지가 생전에 집에서 막걸리를 주로 드셨는데,무더운 여름이면 외상으로 주전자에 술을 받아 오라고 한다.가게에는 어두컴컴한 허리가 풍덩하고 키가 큰 장독대에서 표주박으로 희고 텁텁하게 생긴 그것을 찌그러져 가는 양은 주전자에 담아 주시고 나는 할아버지에게 드리고 심부름은 끝이 나는데,막 버무린 생김치와 함께 막걸리 한사발을 쭉 들이키며 "너도 한 잔 할텨?"하셨는데 그땐 술이 무섭고 어른들이 술주정 하는게 싫었던지 얼른 친구들 생각에 부리나케 동구밖으로 달아나던 기억이 있다.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 MT가 있다고 해서 엉거주춤 새내기 자세로 참석하게 되었는데,선배들이 스텐 사발에 막걸리를 따라주고는 원샷을 외쳐 대며,"우리도 신입때 다 그렇게 했다,여기에서 못마시면 OO과 제적이다"라며 강권을 한다.두 사발까지는 좋았는데(젊고 호기가 있었기에) 세 사발부터는 머리도 띵하고 낮에 먹었던 것이 부실했던지 그만 오바이트를 하고 그뒤로는 막걸리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게 자리잡게 되었다.
어린 시절 추운 겨울날,어머니께서는 전통 과자,전통 술을 어떻게 알음알음 배우셨는지 고두밥,밀누룩,물을 넣어 걸러내는 체등으로 텁텁한 막걸리를 빚어 한 잔씩 하라고 주셨는데,그때는 설탕을 넣으셨는지 달작지근하기도 하고 새콤하기도 하고 막걸리 위에 살짝 언 살엄음이 시원하고 깨무는 재미도 있었던거 같다.
막걸리가 1980년 중반까지는 농촌과 애주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 왔지만 아시아,세계 올림픽과 함께 해외 여행이 잦아 들면서 막걸리보다는 와인 쪽으로 입맛이 기울어지고 막걸리의 선호나 판매는 하향세를 넘어 밑바닥을 치고 만다.
한국인의 기질 중에 ’누가 뭐가 좋다더라’하면 우루루 몰려가는 인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명 연예인의 누룩 팩이 미용에 좋다는 광고가 새삼스레 막걸리의 열풍을 몰고 올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 도서는 정말 다양한 각도와 시선으로 막걸리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있고 막걸리의 역사,종류,제조법,전통 막걸리의 양조장,시음법,축제 한마당,외국인에 의한 막걸리의 뜨거운 관심,역열풍의 우려등이 관심과 애정을 넘어 전세계의 일등 와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막걸리에는 소주와 청주에는 없는 다양한 영양소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젊은층을 겨냥한 전통 막걸리보다는 복분자등을 넣어 만든 막걸리가 ’달보드레’하여 인기에 인기를 타고 있는거 같다.또한 막걸리에 대한 한 중소기업사장의 막걸리,소주등을 타서 마시는 독특한 시음법도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일제 강점기 주세법 강화로 한국의 전통 막걸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과 역경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옛 시골 농가에서는 저마다의 제조법으로 빚어내어 동동 뜨는 동동주,텁텁한 탁주,맑게 정화한 막걸리등을 심심하고 새참으로 한 잔씩 돌려 가며 마시기도 한다.막걸리에 살아있는 풍부한 영양소는 허기진 배를 채워 주는 역할도 하니 소주나 청주보다 건강에 얼마나 좋은 술인가?
이러한 인기에 편승하여 기존의 주류업계도 막걸리 시장에 한판 승부를 건듯하다.막걸리는 소주나 청주보다는 세금도 적고 제조과정에서 재료비 대비 생산량이 많아서 이대로라면 돈벌이가 될것도 같다.다만 돈을 쫒아가서는 안될 것이고 전통 막걸리의 향과 맛을 제대로 살리고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고 또 다시 찾아 올 수 있게 널리 홍보를 하여 잃었던 막걸리의 명성을 되찾고 한국인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일본에서는 도부로쿠 또는 니고리자케라고 하여 막걸리 비슷하게 제조하여 일본인에게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니,종주국은 한국인데 주인행세는 일본이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건강과 스포츠 음료(6~8도씨)로써 손색이 없는 우리의 전통 술 막걸리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업자들에게 많은 영업적 지원과 전세계에 막걸리만의 특장점을 널리 알려 거품같은 잠깐의 인기보다는 오래 오래 세계인의 술로서 성장하고 사랑받기를 기원해 본다.